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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잡담

에딘버러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기차 안. 창밖으로 스코틀랜드의 푸른 풍경이 점점 멀어져 간다. 객실 여기저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저마다 샌드위치를 꺼내 든다.나도 그들처럼 조용히 샌드위치를 꺼내 들었다. 사실 나는 샌드위치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닌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참 맛있다.이번 여행의 작은 발견 하나—나는 생각보다 샌드위치를 잘 먹는 사람이었다는 것. 도시 곳곳에 한국 음식점도 많지만, 이상하게도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익숙한 맛보다 낯선 공기 속에서 마주한 새로운 음식들을 즐기고 있는 조금은 달라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에딘버러(EDB)에서 킹스크로스(KGX)까지 가는 기차는 정각 12:30 출발, 16:48 도착 예정이었다. 하지만 약 2시간 반쯤 지나면서 기차가 ..

스코틀랜드는 익숙했지만, ‘하이랜드’라는 말은 미드 를 보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주인공 클레어는 남편 프랭크 랜달과 함께 스코틀랜드로 두 번째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불가사의하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743년 자코바이트 봉기라는 격동의 역사 속으로 떨어진다.판타지, 로맨스, 역사극이 뒤섞인 듯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보다 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화산과 빙하가 만들어낸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협곡과 바위산, 그리고 한이 서린 듯한 전통 음악은 그 드라마의 기억을 더욱 깊게 새겼다.하이랜드는 , 등 유명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화면 속 그 풍경이 현실에서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그 물음표를 품고, 5월 11일 아침, 하이랜드 투어에 나섰다. 집합 장소는 J&K 버스 정류장.구글 지도를..

Getty ImagesThe Hay Wain was voted Britain's second greatest masterpiece in 2021, its bicentennial year (Credit: Getty Images)John Constable's The Hay Wain presents a bucolic view of England – but there's a dark side to the idealised rural image.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The Hay Wain)》는 한때의 이상적인 영국 시골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퍽(Suffolk) 지방의 평화롭고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담고 있으며, 특히 화면 왼편에 등장하는 흰 벽의 오두막집은 작가의 어린 시절 고향 근처에..

세계적인 인물들의 고향, 에딘버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우 숀 코넬리(Sean Connery)는 바로 에딘버러 출신이다.그는 영화 에서 제임스 본드 역으로 전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되었고, 다른 작품들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특히 할리우드에서도 강한 스코틀랜드 억양을 고수한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도시에서 태어났거나 활동한 인물은 숀 코넬리뿐만이 아니다.셜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 ‘국부론’과 ‘보이지 않는 손’의 애덤 스미스, 낭만주의 시인 월터 스콧,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의 실제 배경 인물까지—에딘버러는 수많은 사상가와 예술가를 품은 도시였다. 그래서일까.도시 곳곳에서 마주치는 동상이나 기념비가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로열 마일을 따라 걷다 에딘버러의 ..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생각보다 많은 수의 이집트 미이라 전시였다.고대 문명의 신비로움이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또 한편에는 한국 관련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멀리 떨어진 타지에서 낯익은 유물을 마주하니 왠지 모를 반가움이 밀려와 사진 한 장을 조심스레 담아두었다. 얼마 전 방문했던 영국 박물관의 한국관은 공간은 이곳보다 넓었지만, 도자기 몇 점 외에는 다소 초라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그래서인지 이곳의 전시는 소박하지만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밀레니엄 시계탑 (Millennium Clock Tower) “이 시계는 인간 문명의 그림자와 빛, 절망과 희망을 함께 담아낸 기념비적 조형물입니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Alamy(Credit: Alamy)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경에 쓰인 12,000행이 넘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입니다. 트로이 전쟁 이후,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의 고난과 모험을 그린 이 이야기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어릴 적, 아동문학으로 각색된 『오디세이아』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전체를 보면 인물도 많고 이야기 구조도 복잡하지만, 『오디세이아』는 비교적 집중도가 높고 주제도 뚜렷해서 더욱 인상적이었죠. 단순한 귀환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탐험’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쟁 이후 자신이 떠났던 자리로 되돌아가려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전사이며, 남편이고, ..

The National Gallery, LondonA common belief about Turner's The Fighting Temeraire is that it evokes a sense of faded national glory (Credit: The National Gallery, London) – J.M.W. 터너와 《The Fighting Temeraire》, 슬픔이 아닌 변화의 서사 “나는 클로드 로랭을 능가하고 싶었다.” 풍경화의 거장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M.W. Turner)**에게 있어 17세기 프랑스 화가 클로드 로랭을 뛰어넘는 것은 일생의 염원이었습니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을 영국 정부에 기증하며 “클로드 로랭의 작품 옆에 전시해 달라”는 조건을 붙였다고 전해집..

스코틀랜드의 풍경 속에서: 백파이프, 민요, 그리고 메리 여왕의 이야기 아침 일찍 에딘버러로 향했다.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초록빛 풍경을 바라보며, 어느덧 마음은 고요하고 잔잔해졌다.그리고 예약한 대로, 에딘버러 성이 정면으로 보이는 호텔방에 배정받았다.커튼을 걷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그 웅장한 모습에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잠시 짐을 풀고 곧장 에딘버러 성 투어에 나섰다.성의 돌담 사이를 걸으며, 이곳에 깃든 시간의 깊이를 되새겨본다. 저 멀리 북쪽, 로마도 넘보지 못한 땅 스코틀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억압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저항해 온 민족이라는 점이다.잉글랜드 섬 북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자리한 이들은 강인한 체력과 커다란 활로 무장하며, 로마 제국의 침공조차 막아낸 민족이다. 결국..

The divers spend a large percentage of their day underwater, repeatedly diving to the seabed to collect sea urchins, abalone and other seafood. SeongJoon Cho/Bloomberg/Getty Images 최근 제주 해녀에 대한 과학 연구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이 특별한 여성 집단에게서, 유전적 차이와 생물학적 적응의 흔적이 발견된 것입니다.바다를 품은 여성들, 해녀 제주도는 한국 남단의 섬으로, 이곳에는 산소통 없이 잠수복 하나로 깊은 바다를 누비는 여성들, 해녀가 있습니다.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바닷속 18미터 아래까지 잠..

이름 순서에서 시작된 나의 작은 깨달음 영어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느낀 문화적 차이 중 하나는, 그들의 성(姓)은 이름의 마지막에 온다는 점이었습니다.편지를 쓸 때나 정중하게 상대를 부를 때 Mr., Mrs., Miss 등의 호칭을 성 앞에 붙이는 방식도 낯설게 느껴졌습니다.만약 성이 아니라 이름에 붙인다면 큰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해외 고객과 상담을 할 때도 그들은 제 이름 속에서 성을 구분해 정확히 불러주었고, 그러한 예의 바른 표현 방식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그러나 일본은 152년 전, 이름 순서를 바꾸었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 이후, 개방과 함께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영어로 표기할 때는 서양식처럼 이름을 먼저 쓰고 성을 뒤에 붙이는 방식을 택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