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잡담
런던에서 하이랜드까지 08 – 에딘버러 성, 스코틀랜드의 시간을 걷다 본문
스코틀랜드의 풍경 속에서: 백파이프, 민요, 그리고 메리 여왕의 이야기
아침 일찍 에딘버러로 향했다.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초록빛 풍경을 바라보며, 어느덧 마음은 고요하고 잔잔해졌다.
그리고 예약한 대로, 에딘버러 성이 정면으로 보이는 호텔방에 배정받았다.
커튼을 걷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그 웅장한 모습에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잠시 짐을 풀고 곧장 에딘버러 성 투어에 나섰다.
성의 돌담 사이를 걸으며, 이곳에 깃든 시간의 깊이를 되새겨본다.
저 멀리 북쪽, 로마도 넘보지 못한 땅
스코틀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억압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저항해 온 민족이라는 점이다.
잉글랜드 섬 북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자리한 이들은 강인한 체력과 커다란 활로 무장하며, 로마 제국의 침공조차 막아낸 민족이다.
결국 로마는 이들을 “야만족”이라 부르며 하드리아누스 성벽을 쌓았고, 더 이상의 북쪽 정복을 포기했다.
그 벽 너머에는 정복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민족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메리 스튜어트 여왕, 비운의 생애
스코틀랜드 하면 떠오르는 또 한 인물, 메리 스튜어트 여왕(Mary, Queen of Scots).
제임스 5세와 프랑스 귀족 출신 메리 기스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프랑스로 보내졌다.
정략결혼 후 18세에 과부가 되었고, 귀국했을 때 스코틀랜드는 이미 개신교로 종교가 바뀌어 있었다.
이후 사촌 헨리 스튜어트와 재혼해 제임스를 낳았고, 그는 훗날 스코틀랜드·잉글랜드·아일랜드의 왕 제임스 1세가 된다.
하지만 헨리는 제임스가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암살당했고, 메리는 그 배후로 지목된 제임스 헵번과 세 번째 결혼을 한다.
결혼은 민심을 돌이킬 수 없었고, 결국 메리는 왕위를 아들에게 넘기고 로치성에 유폐된다.
엘리자베스 1세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오히려 18년 반 동안 감금된 끝에 처형당하고 만다.
슬프고도 복잡한 운명의 회전이었다.
Auld Lang Syne, 세계가 부르는 스코틀랜드의 민요
스코틀랜드 민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바로 <Auld Lang Syne>.
전 세계적으로 한 해의 끝, 작별의 순간에 울려 퍼지는 이 곡은 1919년부터 1948년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애국가로도 사용되었다.
백파이프 연주로 들려오는 <Auld Lang Syne>은
한과 서정, 그들의 역사와 감정이 녹아든 선율로 내게 다가왔다.
스코틀랜드의 대지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울림이었다.
창밖 풍경을 따라 흐르는 상상의 시간
기차 창밖으로 스쳐가는 에딘버러의 초록 언덕 위로,
나는 고대 로마에 저항하던 용맹한 민족의 기억,
비극적인 생을 살았던 메리 여왕의 운명,
그리고 전 세계가 함께 부르는 한 곡의 민요를 떠올렸다.
그들의 음악과 역사, 백파이프 선율은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깊은 여운을 품은 기억으로 남았다.
호텔방에서 보이는 에딘버러 성
에딘버러 성으로 출발
세인트 마가렛 사원
스코틀랜드 국립 전쟁박물관
스테이크로 저녁 식사
해질녘 에딘버러 성
'뒷방에서 CNN BBC > 여행 음식 반려동식물 예술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디세이아》: 2700년을 살아남은 '가장 위대한 이야기' (0) | 2025.06.02 |
---|---|
《전함 테메레르(The Fighting Temeraire)》: 터너의 가장 위대한 그림, 왜 자주 오해될까? (0) | 2025.06.02 |
런던에서 하이랜드까지 07 – 해러즈 백화점, 화려함 속의 숨은 디테일 (0) | 2025.05.31 |
런던에서 하이랜드까지 06 – 공룡과 지구의 이야기, 자연사 박물관 체험기 (1) | 2025.05.30 |
런던에서 하이랜드까지 05 – 노팅힐에서 엽서 같은 하루 (0) | 202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