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잡담
런던에서 하이랜드까지 01 – 버킹엄 궁과 대영박물관, 런던의 시작을 걷다 본문
2019년 유럽을 다녀온 지 벌써 꽤 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국제 정세의 급변도 마주했다.
작년 10월, 바쁘게 이어지던 봉사활동이 마무리되면서 오랜만에 다시 유럽행을 고민하게 되었다.
겨울이긴 했지만, 포르투갈이나 프랑스 남부, 파리처럼 따뜻한 곳을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5월 5일부터 5월 17일까지, 런던과 스코틀랜드로 여행지를 정했다.
여정은 인천에서 출발해 런던 – 에딘버러 – 하이랜드 – 다시 에딘버러 – 런던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장시간 비행은 여전히 두려웠다. 인천에서 런던 히스로 공항까지는 약 14시간 25분.
기내에서는 두 번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이 제공된다지만 하늘 위에선 언제나 긴장된다.
지상에서는 아무 문제 없을 일이, 공중에서는 늘 조심스러워진다.
여행을 앞두고 환전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20여 년 전 출장 이후 서랍에 넣어 두었던 파운드화를 발견했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2017년 신권 발행 이후, 이 구권은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환율은 어느새 천정부지로 치솟아 영국 비자 비용을 환전하다 보니 1파운드에 무려 1,928원이었다.
한국 정치 상황도, 트럼프의 관세 전쟁도 모두 환율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어 있었다.
한편, 항공권 예약을 기다리는 동안 국내는 계엄령 논란과 국회 탄핵,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으로 정치적으로 매우 어수선한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연 여행을 떠나도 괜찮은 걸까, 마음 한켠엔 늘 걱정이 따라붙었다.
결국 조기 대선이 확정되고, 마침내 나의 예약도 확정되었지만 선호하던 복도 좌석을 미리 지정해 두지 않아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오랜만의 여행에 예약이 완료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해버린 것이다.
비행기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런던에 도착한 다음 날, 오전 11시에 열리는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그린파크와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거닐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궁전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12시가 가까워지도록 교대식은 좀처럼 시작되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로 어슬렁거리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의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VE Day 80주년 행사로 인해 오늘의 교대식은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지만, 역사적인 기념일을 현지에서 마주하게 된 것도 결코 흔한 경험은 아니겠지.
하지만 이후 공식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해보니, 이날 오후 3시에는
“Queen’s Own Gurkha Logistic Regiment, Captain’s Inspection, Band of the Brigade of Gurkhas”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즉, 교대식이 완전히 취소된 것이 아니라 정규 행사 대신 다른 행사가 있었던 셈이다. 현장에서는 아무런 안내도 없이 그저 “취소”라는 말만 들었던 터라 조금 더 정확히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여행지에서는 늘 정보 확인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오후에는 영국 박물관 가이드 투어가 있어 그쪽으로 이동했다.
박물관 관람 후에는 다우닝 10번가,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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