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잡담
한강, 인간의 연약함에 맞서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노벨 문학상 본문
우리가 모두 그렇게도 바랐던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2000)에 이어 두 번째이다.
뉴욕타임스는 두 분의 공통점으로 한반도 분단, 전쟁, 군사독재, 민주화 운동 등 한국의 파란만장한 현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가의 학살을 다룬 소설인 <소년이 온다>와 가정에서 억압받는 여성에 대한 사적인 폭력을 기록한 <채식주의자>를 언급하면서 한강 작가가 "한국 역사를 통틀어 '인간의 폭력'이 제기한 질문에서 영감을 얻는다"라고 밝힌 인터뷰도 덧붙였다.
그동안 우리는 짧은 시간에 선진국의 산업화를 따라잡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은 따지만 기초 과학이나 문학 방면에서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어느 날 깨어보니 후진국이더라."라는 자조적인 말을 듣거나 위축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 자신도 혹시나 한국에 대해 어떤 기사가 나올까 꺼려져서 외신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들이 "한국이 내세웠던 '문화 선진국'"이라는 단어를 인용할 때면 마음이 불편해졌다.
몇 년 전에, "한류가 세계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전성기를 맞은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20~30년 전부터 준비되어 왔고, 기미를 보였는데, 이것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BTS 등으로 나타난 것이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분석한 외신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 글을 읽을 당시는 무척 뿌듯하였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일련의 사태들이 이후 10~20년 후에 한류를 무너뜨리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게 한다.
이제 한국의 여성 작가 한강이 맨부커상에 이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작품의 우수성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나 문화도 무시 못 할 것이다. 하지만, 한글은 전 세계에서 7천만 명 정도만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훌륭한 번역이 이루어져야 세계에 알리고 그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와 <소년이 온다(Human Acts)>를 번역했던 Deborah Smith의 역할도 매우 중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면 그 작가의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서점을 찾곤 했는데, 이번에는 "번역 작품이 아닌 수상 작가가 쓴 원서인 '한글'로 된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된 데 대해 감회가 새롭다."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아시아 최초의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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