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잡담
나의 베란다 정원 - 비둘기 침입 본문
며칠 전 비둘기가 베란다 난간에 앉았다.
아마도 좁은 공간에 화분이 꽉 차 있어 그 사이에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려는 것 같았다. 작년에 겪었던 비둘기 침입사건을 떠오르게 했다.
이사 오기 전 집에서는 에어컨 실외기 박스와 벽 사이 20cm 되는 구석에 비둘기가 나무 가지를 물어다 놓았다.
얼마 안 가서 알을 낳았는지 한 마리가 품고, 다른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 같았다. 시도 때도 없이 푸드덕거리고, 또 바스락 거리며 살림을 차렸다. 구구하고 소리도 냈지만, 알을 품고 있는 어미를 어떻게 할 수 없어 새끼가 자라서 떠날 때까지만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한 달이 더 지나고 새끼가 3~4 마리 보였고, 삐약거리기 시작했다. 다른 한 놈은 열심히 먹이를 가져다주었고, 결국은 두 마리가 함께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얘들은 굉장히 시끄럽게 굴었다.
또 한 달쯤 지나 날개가 제법 크게 자란 얘들이 하나씩 둥지를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나뭇가지와 깃털, 배설물로 뒤범벅된 둥지를 치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세가 나오지 않아 두 시간에 걸쳐 청소를 마치니 어깨가 몹시 아팠다.
이거 동물에게도 호의를 베푸려 하니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며칠 지나 다시 비둘기가 날아들기 시작하는 데, 먼저 머물던 놈들인 지 알 수가 없었다.
문제는 한 열흘 지나 다시 알을 품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뭇가지로 찔러도 눈만 껌벅거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을 관찰하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미안하지만ㅠㅠ... 알을 치워버렸다.
마침 여행 일정이 있어 이런저런 고민하다가 일단 화분을 벽에서 이동해 중간에 배치하였다.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다행히도 깃털이나 배설물 등 다녀간 흔적은 없었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오늘까지 비둘기가 다시 찾아오지 않고 있지만, 아직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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