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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 이란은 어디로 가는가: 무너진 신화와 남겨진 과제

sisu_ 2025. 6. 27. 10:18

Getty Images
The war has left Iran significantly weakened
 
전쟁 이후의 이란, 그리고 하메네이 이후의 이란

 

이란은 단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라는 정체성을 넘어, 오랫동안 중동을 대표하는 석유 부국이자 광활한 영토와 인구를 갖춘 ‘자타공인 중동의 맹주’로 불려왔다.

 

하지만 1979년, 부패한 친미 팔레비 왕정이 무너지고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이 벌어지면서 역사는 급변했다.

 

그 이후 신정 체제가 수립되고, 이란은 핵 개발 의혹으로 인해 지난 40여 년간 서방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받아왔다.

 

그 긴 고립의 역사 끝에 맞이한 또 하나의 전환점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이다.

 

2차 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핵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은 기습적인 공습을 단행했고, 미국은 벙커 버스터 폭탄을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했다.

 

이로 인해 이란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고, 이란 국민들이 앞으로 마주할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란인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시리아와 같은 길을 걷고 싶지도, 걸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전쟁이 계기가 되어, 이란이 외부의 강제적 정권 교체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다시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하메네이, 벙커에서 나와 마주할 새로운 이란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2주 동안,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는 암살을 피하기 위해 비밀 벙커에 은신 중이었다. 그와의 직접 접촉은 고위 관료들조차 끊겼고, 오직 국영 방송에서 간접적으로 그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휴전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카타르 국왕의 중재로 성사됐지만,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하메네이 제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하메네이가 벙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그가 마주할 이란은 그가 알던 나라가 아니다. 군사적 패배, 지도력의 약화, 국민적 불신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


군사력 약화와 핵시설 타격

 

전쟁 초기 이스라엘은 이란 영공을 신속히 장악했고, 혁명수비대 및 군의 핵심 지휘관들을 제거했다. 이란의 핵시설 또한 주요 표적이 되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는 “수십 년간의 핵 개발과 군사화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라는 질문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핵무장을 통해 체제를 지키려던 하메네이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국가의 고립과 파괴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책임론

 

이번 전쟁의 책임은 단연 하메네이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는 1989년부터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라 약 40년간 반이스라엘·반미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 결과는 고립, 제재, 그리고 경제 붕괴다.

 

하버드대 린다 하티브 교수는 “하메네이는 이슬람 공화국의 마지막 최고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내부 반발과 종교계의 변화 조짐

 

전쟁 중, 이란 내부의 반체제 인사들과 전직 고위 관리들은 종교 중심지인 곰(Qom)의 원로 성직자들에게 지도부 교체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슬람 공화국 내에서도 균열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세인트앤드루스대 알리 안사리 교수는 “지도부 내 분열이 명확하며, 국민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결산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체제 붕괴 후의 혼란 우려

 

오랜 기간 야권을 탄압해온 하메네이 정권 하에서 국내 정치적 대안 세력은 거의 사라졌다. 대부분의 야권 인사들은 해외에 망명 중이거나 수감되어 있으며, 해외 야권도 통합된 조직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정권이 무너질 경우, 체제를 대체할 준비된 세력이 없어 혼란과 무정부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린다 하티브 교수는 “이란 정권은 오히려 더욱 강하게 내부 억압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 연대와 경계심

 

전쟁 기간 동안 많은 이란인들은 체제 옹호가 아니라 ‘서로를 지키기 위한 연대’를 선택했다. 피란민을 받아들이고, 이웃을 돕고, 생필품 가격을 낮추는 연대가 나타났다.

 

하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이 정권 교체를 노린다고 느끼는 국민들도 많다. 정권 교체를 원하면서도, 외부 세력에 의해 그것이 강제되는 것에 대한 반감 또한 존재한다.


핵무기 보유 의혹과 잔존 전력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을 안전한 비밀 장소로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60% 농축 우라늄을 90%로 끌어올릴 경우 핵무기 약 9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전쟁 직전, 이란은 또 다른 비밀 농축 시설의 가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란 의회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력 축소를 의결했고, 이 조치가 시행되면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수순을 밟게 된다.


하메네이 이후의 이란

 

하메네이는 현재 체제가 가까스로 유지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병약한 86세의 그는 이제 권력 이양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차기 지도자는 또 다른 고위 성직자일 수도 있고, 집단지도체제(리더십 위원회)로의 전환일 수도 있다. 혁명수비대 내 충성 세력이 실질적인 권력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은 지금 단순한 정권 위기를 넘어, 체제의 존속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외부의 강제와 내부의 무질서가 아닌, 자발적이고 평화로운 변화로 새로운 이란이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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