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잡담
“성 먼저, 이름 나중” 일본식 이름 표기 방식… 세계는 받아들였을까? 본문
이름 순서에서 시작된 나의 작은 깨달음
영어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느낀 문화적 차이 중 하나는, 그들의 성(姓)은 이름의 마지막에 온다는 점이었습니다.
편지를 쓸 때나 정중하게 상대를 부를 때 Mr., Mrs., Miss 등의 호칭을 성 앞에 붙이는 방식도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성이 아니라 이름에 붙인다면 큰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해외 고객과 상담을 할 때도 그들은 제 이름 속에서 성을 구분해 정확히 불러주었고, 그러한 예의 바른 표현 방식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152년 전, 이름 순서를 바꾸었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 이후, 개방과 함께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영어로 표기할 때는 서양식처럼 이름을 먼저 쓰고 성을 뒤에 붙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무려 150여 년 동안 이어져 왔고, 최근에 와서야 원래의 전통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 방침
2019년 말, 일본 정부는 **영문 표기 시 전통적인 이름 순서(성 → 이름)**를 사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방침은 2020년 1월 1일부터 모든 정부 문서에 적용되었고, 각 부처와 공공기관은 ‘Abe Shinzo’처럼 성을 먼저 표기하는 방식을 따르도록 지침을 받았습니다.
이는 중국(예: Xi Jinping), 한국(예: Moon Jae-in)의 표기 방식과도 일치시키려는 의도입니다.
배경과 맥락
- 일본어에서는 전통적으로 ‘성 → 이름’ 순서를 사용해 왔습니다.
- 하지만 메이지 시대(1868년~) 이후, 서양 외교관과의 소통을 위해 영어 이름을 서양식으로 ‘이름 → 성’ 순서로 바꾸어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 일본 외무성은 2019년, 이러한 흐름을 바로잡고자 국제 언론에도 성을 먼저 표기해 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 도쿄올림픽(당시 예정)을 계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점에서 문화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한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국제 언론의 반응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CNN, AP, Reuters, Guardian, New York Times 등 영미권 주요 언론은 여전히 기존의 서양식 순서(이름 → 성)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독자들이 익숙한 방식을 유지함으로써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음
- 기존 기사 및 검색 엔진과의 일관성 유지 필요
- 일본 내에서도 영어를 사용할 때는 여전히 ‘이름 → 성’ 순서가 많이 쓰이고 있음
일부 변화도 감지됨
- 영국의 The Economist는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성 먼저’ 표기 방식을 채택한 소수의 언론 중 하나입니다.
- 영어 위키백과(Wikipedia)에서도 “Abe Shinzo”로 표제를 변경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다수의 편집자들은 “주요 언론이 먼저 바꿀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현재까지는 여전히 ‘Shinzo Abe’가 표준 표기로 남아 있습니다.
문화적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 중국의 경우 ‘베이징(Peking)’이라는 명칭 변경이 미 국무부의 지침과 함께 국제 언론에 빠르게 수용되었습니다.
- 반면, 일본은 정부의 권고 외에는 국제적 영향력이나 강제력 부족으로 인해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서양식 이름 순서를 전 세계 표준처럼 고집하는 것은, 타 문화권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무시하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향후 과제와 방향
일본 정부는 공식 문서와 국내 행정에서 전통 이름 순서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언론과 일반 독자층의 관습을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이 표기 방식의 변화가 문화적 존중과 실용적 편의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게 될지,
그리고 세계가 어떤 기준과 가치를 따라가게 될지는 여전히 주목할 만한 문화적 이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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