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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의 혀를 물어 가해자가 되었던 그녀, 60년 만에 정의를 다시 묻다 본문

뒷방에서 CNN BBC/인권 양성평등 세태

성폭행범의 혀를 물어 가해자가 되었던 그녀, 60년 만에 정의를 다시 묻다

sisu_ 2025. 4. 12. 22:02
Photo illustration by CNN/Getty Images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두들겨야 맛이 난다.”


1960년대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당연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 속담은,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그 시절, 열여덟 살의 최말자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물어뜯고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그녀가 중상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형을 선고받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60년이 지난 지금, 최 씨는 그 부당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재심이 아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억울함을 푸는 차원을 넘어,
여성이 자신의 몸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취한 행동이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매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최말자 씨의 60년간 이어진 싸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이야기입니다.


판결을 뒤집기까지의 여정

 

  • 사건 당시, 경찰은 최 씨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판단했습니다.
  • 그러나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해자의 강간미수 혐의를 기각, 오히려 피해자인 최 씨만 기소했습니다.
  • 최 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가해자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20년 재심 청구 → 기각
2023년 대법원 앞 1인 시위 → 국민청원 1만 5천 명 돌파
2024년, 대법원에서 재심 허가 결정


그 시절의 사회 분위기

 

  • 여성과 북어는 맞아야 맛이 난다”는 폭력적 인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던 시대
  • 검찰과 재판부는 최 씨에게 가해자와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질문
  • 가정폭력’, ‘성폭력’이라는 개념조차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시기

지금의 변화

 

  • #미투 운동,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성 인권 인식 변화
  •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들의 꾸준한 연대와 지원
  • 이번 재심이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역사적 판례로 남을 가능성

최말자의 목소리

 

꽃도 피우지 못하고 꺾인 내 삶… 국가는 내 인권을 보상해야 합니다.
성폭력 없는 세상은, 법원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데는, 많은 사람의 힘도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 대법원에 제출한 재심 청구서 중

법원은 잘못된 판결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제는 정의로운 판결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 대법원에 보낸 서신 중


정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기준이다

 

최말자 씨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며, 여성의 인권과 생존권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시작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재심 결과가 잘못된 판례를 바로잡고, 향후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자기방어권을 정당하게 인정하는 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합니다.

 

그녀의 용기 있는 목소리와 행동이, 한국 사회의 정의를 다시 쓰는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South Korean woman jailed for biting her alleged rapist 60 years ago tries to overturn her conviction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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