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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 무굴 제국의 황제, 오늘날 인도를 분열시키다 본문

300년 전 황제가 오늘날 인도를 뒤흔들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 그리고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인도.
그 중심에서 300년 전 사망한 무굴 황제 '오랑제브'가 다시 뜨거운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을 이끌었던 황제이자, 지금은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악의 상징’으로 낙인찍힌 인물.
그의 이름은 영화의 소재가 되고, 거리 시위의 구호가 되며, 심지어 무덤 철거 요구까지 불러일으켰습니다.
🔹 여전히 분노를 부르는 이름, 오랑제브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지고 경제력도 키워가고 있는 인도에서 한 황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무굴 제국의 여섯 번째 황제 오랑제브 알람기르는 사망한 지 300년이 넘었지만, 오늘날 인도 정국의 중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종교적 긴장과 충돌의 불씨가 되었고, 최근에는 무덤 철거를 둘러싼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습니다.
🔹 무굴 황제 중 ‘악역’으로 남은 인물
많은 인도인들은 오랑제브를 여성을 학대하고 힌두 사원을 파괴하며, 강제 개종을 시도한 폭군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또한 시크교 지도자 구루 테그 바하두르를 처형했고, 힌두 마라타 왕국을 탄압해 극우 진영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 나그푸르 폭동과 무덤 철거 요구
2025년 3월, 힌두 극우단체들이 오랑제브 무덤 철거를 요구하며 나그푸르에서 시위를 벌였고, 영화 <Chhaava>의 영향으로 폭력 사태가 발생, 수십 명이 다치고 경찰이 통행금지령을 내렸습니다.
🔹 역사 속 복합적 인물
UC 버클리의 역사학자 아비셰크 카이커는 오랑제브를 "혐오와 존경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인물"이라 설명합니다.
그는 아버지 샤 자한을 감금하고 형제를 살해한 뒤 왕위에 올랐지만, 검소함과 신앙심, 정치적 능력, 행정 효율, 공정성으로 충성심도 얻었습니다.
🔹 통치 초기에는 비교적 관용적
알리가르대학교의 나딤 레자비 교수에 따르면, 오랑제브는 통치 초반에는 다른 무굴 황제들처럼 비교적 관용적이었으며, 힌두 사원 파괴나 비무슬림 세금인 '지즈야' 부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1680년 이후 종교적 강경 노선으로 전환되어 힌두 고위직을 해임하고 마라타 왕국을 공격하면서 갈등이 격화되었습니다.
🔹 정치적으로 재해석되는 오랑제브
인도 집권 여당 BJP(인도국민당)와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오랑제브를 힌두 민족주의 담론의 상징적 적대자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오랑제브’라는 지명을 힌두 영웅 ‘삼바지’의 이름으로 바꾸었고, 무굴 왕조의 다른 황제들 역시 교과서에서 삭제되거나 축소되고 있다고 레자비 교수는 지적합니다.
🔹 역사인가 선동인가?
레자비 교수는 “당시엔 헌법도, 민주주의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였다”며 오랑제브를 현대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에 경계를 나타냈습니다.
카이커 교수 또한 “역사적 인물은 칭찬도, 비난도 아닌, 시대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사적 인물을 둘러싼 현재의 전쟁
오랑제브는 한때 인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다스린 황제였지만, 그의 유산은 오늘날 종교적 갈등과 정치적 의도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슬림 공동체는 불안에 떨고 있으며, 일부 극우 단체는 그의 무덤 철거를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 지역 주민은 이번 폭력 사태를 “우리 도시 역사에 남을 오점”이라고 말했습니다.
Nagpur violence: Why is long-dead Indian emperor Aurangzeb angering millions of Hindus today?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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