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잡담
런던에서 하이랜드까지 03 – 시간이 멈춘 도시, 옥스퍼드 하루 여행 본문
세인트 판크라스 인터내셔널 역은 외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마음을 사로잡는 건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폴 데이(Paul Day)의 조각상, *<The Meeting Place>*이다.
이 역을 지날 때마다 자연스레 시선이 그곳에 머문다. 열차 시간에 맞춰 광장을 서둘러 지나가다가도, 그 거대한 두 사람의 포옹 앞에서는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듯한 연인의 모습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오가는 기차역의 풍경과 참 잘 어울린다.분주한 하루 속에서도 그 장면은 늘 낯설지 않게, 언제나 새롭게 다가온다.
오늘은 드디어 그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기억으로만 남기기엔 아까운 풍경이다.
옥스퍼드 하면 케임브리지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세계적 명문 대학이 떠오른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가장 권위 있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 한국어 단어들이 다수 등재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뿐만 아니라,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Christ Church College)와 보들리언 도서관(Bodleian Library)은
영화 해리 포터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전 세계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옥스퍼드 역에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생각보다 훨씬 쌀쌀한 날씨.
몸을 녹이려 조용히 근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타도 됐지만,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슬슬 걸어가 보기로 했다.
걸으며 시내 풍경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점심으로는 따뜻한 미트파이를 골랐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 고기 풍미 가득한 속이 꽉 차 있다.
쌀쌀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영국식 한 끼.
그레이트 홀.
<해리 포터>에서 호그와트의 연회장으로 등장해 유명해진 이곳은, 실제로는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식당이다.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의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전통적인 가운—마치 교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식사를 한다고 한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들어섰지만, 실제 규모는 생각보다 그리 웅장하진 않았다.
그래도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벽면을 가득 채운 초상화들—그중엔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얼굴도 보인다—
그 자체로 시간의 깊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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