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하늘길이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항공로 변화와 그 영향
과거 냉전 시대에는 중국과 소련의 영공을 통과할 수 없어, 미국 앵커리지에서 연료를 재충전한 뒤 유럽으로 향하는 우회 항로를 사용하곤 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이후, 막혀 있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유럽과 아시아 간 항공 노선은 크게 단축되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하늘이 닫히고 있다.
유럽행 항공편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사용하던 북극 항로(Arctic Route)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어졌다.
그 결과, 항공 시간은 2시간 반에서 3시간 이상 더 소요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런던을 갈 때는 비행 시간이 14시간 반을 넘겼다.

Graphic: Airlines that are banned from Russian airspace or choose not to overfly it out of safety concerns take longer to travel between several destinations than carriers that fly over Russia
항공사들, 갈수록 좁아지는 하늘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중동, 인도-파키스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으로 인해 항공사들은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2022년부터 미국·EU·일본·한국 등 자국 제재국의 항공기에 영공을 폐쇄하면서, 유럽-아시아 간 가장 효율적인 북극 항로가 사실상 차단되었다.
항공사 운영비용의 급증
더 먼 남쪽 경로를 이용하게 된 항공사들은 연료비, 인건비, 탄소배출 비용 등 모든 면에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각국의 분쟁 상황에 따라 항로를 수시로 변경해야 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항공의 유럽행 노선은 최근 1년간 아프가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공역을 피해 수차례 경로를 조정해야 했다.
사고 위험, 더 이상 이론이 아니다
2024년 12월,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상공에서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오발사로 격추, 탑승객 38명이 사망한 사건은 전쟁 지역을 단순히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항공사들은 정보 공유와 정확한 위험 분석 체계 없이는 더 큰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
북극 항로의 부재가 만드는 경쟁력 격차
러시아 영공을 사용할 수 없는 서방 항공사들은 긴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하는 반면, 중국, 인도, 중동 지역 항공사들은 여전히 러시아 상공을 이용할 수 있어 더 짧고 효율적인 비행이 가능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항공사 간 비용 및 경쟁력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항공안전을 위한 새로운 국제 협력의 필요성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점점 복잡해지는 공역 상황 속에서, 항공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적시에 공유받을 수 있도록 각국 간 협력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항로 계획을 넘어서, 무기 공격, GPS 교란 등 현대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의 항공로 상황이 단순한 비행시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와 안보, 그리고 환경과 경제까지 걸친 복합 이슈임을 보여준다.
하루 빨리 얼어붙은 하늘길이 다시 열려,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비행이 다시금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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