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담은 거리의 예술, 뱅크시 작품 속을 들여다보다
만화 같고, 애니메이션 같고, 때로는 너무 단순해 보이는 그림.
하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와 질문이 숨겨져 있다.
뱅크시는 폭력, 전쟁, 권력, 감시, 욕망과 같은 주제에 맞서 '평범한 존재들' — 소녀, 청년, 쥐처럼 미약한 생명체들을 등장시켜 인권과 평화, 인간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 메시지는 단순한 선동이나 문구로 끝나지 않는다. 그 속에 깃든 철학적 맥락까지 이해하게 되면, 감동은 더 깊어진다.
1. Lighthouse (2025)
“I want to be what you saw in me”
- 장소: 프랑스 마르세유, Rue Félix Fregier 거리
- 형상: 평범한 거리의 볼라드가 그림자 속에서는 등대가 된다
- 철학적 배경: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전복
- 해석: 현실보다 '가능성'이 더 진실할 수 있다는 메시지
=> 진짜 나는 지금의 나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바라봐 준 더 나은 나일까?
플라톤의 동굴 우화에서는 죄수들이 벽에 비친 그림자를 현실로 착각하지만, 뱅크시는 이 구조를 거꾸로 뒤집는다.
볼라드의 그림자는 축소된 모사물이 아니라, 더 위대한 존재인 '등대'로 나타난다.
현실보다 그림자가 더 진실한 세계. 이것이 뱅크시의 역설이다.

Banksy's new mural in Marseille is not the first image he has connected to the history of ideas. From Plato to Foucault, a Banksy expert reveals the philosophy behind these popular artworks.
2. Girl with Balloon (2002)
“There is always hope”
- 형상: 손을 뻗지만 멀어지는 하트 풍선
- 철학적 배경: 쇼펜하우어의 ‘의지(Wille)’
- 해석: 닿지 못해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인간을 움직이게 한다
=> 풍선은 멀어지지만,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이야기한 19세기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개념과 닿아 있다.
끝없이 도달하려는 의지야말로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
2018년, 이 그림의 액자에 숨겨진 파쇄기가 작동해 낙찰 직후 절반이 파괴되었을 때, 그는 ‘욕망의 허무함’을 실시간 퍼포먼스로 보여줬다.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fray. (의지가 있는 곳에는 갈등이 있다.)

3. Flower Thrower (2003)
Love is in the Air
- 형상: 벽돌 대신 꽃다발을 던지는 복면 시위자
- 철학적 배경: 간디의 비폭력 철학, 그리고 그것의 전복
- 해석: 아름다움과 이상조차 무기화되는 현대 사회
=> 꽃은 평화가 아니라, 분노를 담은 도구가 된다.
간디가 주장한 ‘도덕적 힘에 의한 저항’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인물의 표정과 자세는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뱅크시는 그조차 ‘무장’시키며, 진실과 아름다움의 무력화를 역설한다.

4. One Nation Under CCTV (2007)
- 형상: 낙서하는 소년과 그를 감시하는 경찰,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CCTV
- 철학적 배경: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벤담의 ‘파놉티콘’
- 해석: 우리는 서로를 감시하면서 동시에 감시당하는 존재가 되었다
=> 진짜 감옥은 철창이 아니라, 일상 속 '시선'이다.
이 작품은 ‘감시 속의 감시’라는 구조를 시각화한다. 소년을 감시하는 경찰, 경찰을 감시하는 국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우리.
이는 푸코가 ‘판옵티콘’이라는 은유로 설명한 감시사회의 본질이다.
우리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선 속에 살아가고 있다.

5. Mobile Lovers (2014)
- 형상: 껴안고 있지만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연인
- 철학적 배경: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애매성의 윤리』
- 해석: 연결되어 있지만 단절된, 현대인의 고독한 초상
=> 함께 있어도, 마음은 멀리 있다.
보부아르는 진정한 만남과 관심 없이는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그 반대를 보여준다.
연인의 포옹은 진심이 아니라, 화면 속에 뺏긴 시선의 공허한 연기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보고 있는가?”
뱅크시는 이 단순한 질문을, 너무나 날카롭게 되묻는다.

뱅크시의 벽화는 눈에 띄기 쉬운 그림이지만, 곱씹을수록 철학적인 질문을 품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 진짜 나는 누구인가?
벽에 남겨진 그림자처럼, 그 질문들은 우리 곁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Five works that reveal the philosophy of Ban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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