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하이랜드까지 11 – 하이랜드 투어, 스코틀랜드 대자연을 만나다
스코틀랜드는 익숙했지만, ‘하이랜드’라는 말은 미드 <아웃랜더(Outlander)>를 보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주인공 클레어는 남편 프랭크 랜달과 함께 스코틀랜드로 두 번째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불가사의하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743년 자코바이트 봉기라는 격동의 역사 속으로 떨어진다.
판타지, 로맨스, 역사극이 뒤섞인 듯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보다 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화산과 빙하가 만들어낸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협곡과 바위산, 그리고 한이 서린 듯한 전통 음악은 그 드라마의 기억을 더욱 깊게 새겼다.
하이랜드는 <해리포터>, <007 스카이폴> 등 유명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화면 속 그 풍경이 현실에서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그 물음표를 품고, 5월 11일 아침, 하이랜드 투어에 나섰다.
집합 장소는 J&K 버스 정류장.
구글 지도를 따라 07:20쯤 도착하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 모두는 하이랜드 및 네스호 투어 참가자들이라고 믿고 있었고, 여행사 안내에 따라 07:30까지 집결, 07:45 출발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
10명가량이 모인 상황에서 한 노신사가 주변을 둘러보겠다며 자리를 비운 동안 젊은 커플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잠시 후, 그 노신사가 돌아와서, “근처 다른 정류장에서 이미 투어 차량이 출발한 걸 본 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를 따라 함께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에딘버러 버스 터미널.
A~K까지 구역이 나뉘어 있었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차량은 떠난 뒤였다.
함께 있던 8명 중 결국 남은 건 노부부와 우리 둘뿐.
그 부부는 급히 오전 9시에 떠나는 다른 투어로 일정을 변경했고,
우리는 다음 날 같은 투어로 재예약하기로 했다.
노신사는 네스호와 글렌코를 놓치게 된 걸 진심으로 아쉬워했고, 할머니는 연신 “We’re bummed.” 라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우리는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예상치 못한 하루를 에딘버러 시내 관광으로 채우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번엔 무사히 하이랜드 투어에 오를 수 있었다.
피틀로크리 (Pitlochry) : 아름다운 마을
Laggan 댐
Commando memorial 근처
네스호(Loch Ness)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맑고 고요한 자연 속에 자리한 호수로, 오래된 괴물 전설 덕분에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이야기 속 낭만이 더해지며, 이곳은 많은 이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다가온다.
Glencoe,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심장.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깊은 계곡, 수천 년 동안 바람과 비, 구름이 조각해낸 장엄한 자연의 얼굴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딘가 슬픔이 서린 듯한 이 풍경은 자코바이트의 역사와 글렌코 대학살의 비극을 가만히 안고 있다.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이 묵직해진다.
그 어떤 설명보다 강하게 다가오는, 자연과 역사, 그리고 침묵의 울림.
영화 〈007 스카이폴〉의 촬영지.
거친 바람이 불고, 회색빛 구름이 낮게 깔린 하이랜드의 협곡.
이곳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와 주디 덴치의 M이 말없이 차를 타고 도착하던 바로 그 장면이 떠오른다.
공원 한가운데, 푸른 들판 위로 양떼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사람을 경계하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그저 자연의 일부처럼 느긋하게 풀을 뜯는 모습이 마음을 느긋하게 만든다.